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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을/만 장식하는 블로깅
이 블로그의 첫 게시물은 2014년 8월 26일, 뉴욕으로 떠나오기 전 송별회들을 갈무리 한 글이다. 다시 보니 새삼 그립고 고마운 사람들. 이틀 뒤인 28일에 뉴욕에 도착, 지금이 2016년 9월이니 어느새 2년 하고도 한 달여가 지났다. 글은 써야 는다기에 어떻게든 글이 쌓이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야심차게 시작한 블로그인데 시작과 끝ㅡ일단은ㅡ만 장식하는 꼴이 되었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지만 부끄럽기는 하다.
2년이라는 시간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6개월의 인턴쉽을 마치고, 뉴욕 빠꿈이가 되기에 충분히 긴 기간이었다. 닥치면 다 한다는게 내 지론 중 하나지만, 막상 뒤돌아보니 어떻게 했나,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한 시간들.
View from the rooftop of the new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in the Meatpacking District, 16 Sep 2016
때로는 넘치게, 때로는 헐렁하게 채워진 하루 하루가 쌓여 시간은 착실하게 흘렀고 어느덧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은 한 챕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혹은 내 게으름의 결과로, 맞이하게 된 과도기. 아주 금방 뉴욕을 떠날 수도, 머무르게 될 수도 있는 애매한 시기. Everything is up in the air.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혼재된 시간. 이 곳에서 새롭게 얻은 성취와 발전에 감사하며 내 앞에 펼쳐진 기회에 두근두근 하다가도 동시에 뼈저리게 깨닫고 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 급격히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 반복되는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 새삼 깨달은 나의 부족함이 말하기/(듣기)/쓰기라는 건 조금 치명적이다. 온 지 겨우 2년인데, 한국말을 조리있게 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느낌적 느낌이 있고 쓰기 역시 지금 해 보니 못 하겠다. 띄어쓰기마저 너무 헷갈린다. 온 지 2년이나 됐는데, 그리고 그 기간동안 한 게 본격 영어로 말하고 듣고 글쓰기 훈련인데 자신감은 되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도 낮아진 것 같다. 특히 job application을 쓰며 현재 진행형으로 추락중이다. 사실 이게 극복(?)이 가능할지, 어떻게 해야 만족할 만큼 발전할 수 있을지 요즘 느낌 같아서는 감도 안 잡힌다.
Job search와 research proposal에 본격적(!)으로 올인하는 생활은 CSF 인턴쉽이 끝난 이후로 10일 째. 이렇게 날짜를 세어 보니 사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데, 나는 역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 (aka '잉여'의 상태)를 어지간히 못 견디는 것 같다. 뭐, 자금의 압박도 있고. 한국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의도치 않은 배수진의 압박도 있고.
학교 도서관과 함께 내 주 서식지가 되고 있는 NYPL @5th av.
10월 5일에 재개방하는 Rose Main Reading Room과 생각지도 못했던 book train도 보고 갈(?) 수 있게 생겼다.
한 가지 재미있는 깨달음은, research proposal을 쓰는데 막연하게 더 공부할 생각을 하면 끝없이 막막하다가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쓰기 시작하면 엄청 재미있다는거다. 이제야 겨우 '내 주제'의 윤곽이 어렴풋이 잡히는 것 같은, 미약하지만 매혹적인 감이 온다. 그렇다고 그 주제에 대해 제대로 뭘 안다는 건 아니다. 이건 이 쯤 되면 겸양이라는 미덕이 아니라 좀 문제인 것도 같다.
그래도 직업이든 공부든 지원 범위를 (아직까지는) 꽤나 협소하게 잡고 있다는 건 절박함이 덜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해져서일까.
너무 조급해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래도 현실적 조건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결정이 나도록 해야한다.
-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 아침에 일어나서 5분 명상하기.
- 일단 방에서 나가기.
- 마감 지키기. 인생의 목표다.
- 매일 저녁 번역에 일정 시간을 할애하기.
- 아주 짧게라도 일주일에 한 편 글 쓰기.
- 꾸준히 운동하기.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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