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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희망: 아직도 생태주의자가 되길 주저하는 좌파 친구들에게 | Green hopes : the future of political ecology
오래전 글 복원 프로젝트 ④
2004년 6월 13일 작성.
녹색 희망 EsPerance: 아직도 생태주의자가 되길 주저하는 좌파 친구들에게. 알랭 리피에츠(Alain Lipietz)/박지현, 허남혁 옮김. 2002
원제: Green hopes : The future of political ecology
" 맑스에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 기계를 누가 갖느냐는 것이었지 기계문명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의식혁명과 사유제도의 변혁에 따라 전혀 다른 사회가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pp. 101, 5~8,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평화롭지 못할 것인가] 중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에 의하면 맑스는 기계문명과 발전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인 상태에서의 혁명을 믿었지만,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계문명(맑스의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생산수단’)의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 부딪힌 저자의 적색에서 녹색으로의 이행의 논리에 조금은 아쉬웠고, 조금은 공감했다. 나는 아직도 적색이 아닌, 심지어 저자가 말하는 ‘분홍색’도 되지 못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그 기준이 참 모호하다), 이상적 사회주의자의 이상과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 사회주의의 영속성 모두를 버린지 오래라고 딱 잘라 말하는 저자의 언급에 저자는 어떠한 사회주의 운동을 해 왔는가, 그 운동 안에서 어떠한 경험들을 했고, 왜 적색으로서의 이상을 버리게 되었는가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나는 아직도 적색이 되고 싶은 사람들 중 하나이고, 이상적 사회주의자는 아니나 사회주의의 실현을 바라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에 적색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저자에게 100% 동의할 수는 없으나 그가 말하는, 혹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녹색의 희망 또한 가지고 있기에 그의 생태주의 제안이 반가웠다.
자연이 남아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는가
생태주의가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는 사실 생소하다. 그러나 일상의 정치에서, 자연은 분명 발전의 논리에 이용당하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 밀림을 보고, 혹은 아직 매립되지 않은 산호초를 우리는 ‘미개발 지역’이라고 부른다. 곧 개척되지 않은 자연이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발전은 끝나지 않은 것이라 인식된다. 발전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던 능력을 스스로가 늘리고 커져가는 것, 그것이 발전의 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개발’, 혹은 ‘미발전’이라는 말은 발전의 주체가 사라진 이상한 언어이다. 발전을 한다면 밀림을 가진 국가, 산호초를 가진 국가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지, ‘누군가’(콕 찝어 말하자면 현재의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을 선두로 한 극대화된 자본주의 국가들이겠다)에 의해 특정한 방향으로 ‘발전 당하는’ 개념이란 사실 익숙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변화는 발전이 아니다. 외부의 잣대로 외부에 의해 진행되는 폭력적인 변화는 발전이 아닌 착취일 뿐이다. 나무의 기본적인 역할과 가능성을 무시한 채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들고 그 자리에 건물을 세우는 것은 발전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발전’이 되는 이상한 형태의 발전 이데올로기로 무장되어 있는 이 세계에서, 생태주의는 정치적이고 일상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하여
생태주의에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오염과 그에 관련된 인간의 생존에 관한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태주의는 자연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전 지구적 착취와 발전의 이데올로기를 고발한다. 저자가 마지막에 언급하고 있는 정치적 생태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이 책 덕분에 애착을 느끼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했던 생태주의라는 새로운 희망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생태주의는, 마치 여성주의와 같이, 모든 활동과 모든 생활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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